수도권에 우리나라 유일의 쥐라기 화석공원이 있다?

 

                         사진= 한국디지털뉴스 박주영기자

 

한국디지털뉴스 박주영기자=화성시 고정리로 들어가면, 초입부터 곳곳에 공룡알 화석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여기저기 보인다.

 

         

우음도의 정식 행정명칭은 경기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5백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시화호 간척지가 천혜의 공룡알 화석지가 된 것은, 지난 1999년 처음으로 공룡 화석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최근까지 무려 30여 곳의 공룡 둥지에서 200여 개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됐다.

 

 

 ‘바람 부는 날이면 섬에서부터 불어오는 소리가 꼭 소 울음소리와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우음도는, 조선시대 임금님께 진상될 정도로 해산물이 풍부했던 곳이다. 1994년 역사적인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섬과 육지를 잇는 간척지가 생겨났다.

 

시화호 간척지 개발로 우음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닌 뭍이 되었고, 거대한 갯벌은 시화 방조제 건설로 육지로 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이 훑고 지나간 그 자리에, 바로 1억 년 전 공룡들이 틀었던 둥지가 시간의 화석을 뚫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닭섬, 개미섬 등 6개의 무인도는 모두 사암섬으로, 간척지가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그 광막의 이야기들을 하나 둘 토해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총 12곳에서 공룡알 둥지 화석 30여 점, 공룡알 화석 200여 개가 발견되었고, 학계는 이 우음도 주변이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의 집단 서식지였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한 번에 이렇게 수많은 공룡알 화석지가 한 군데에서 발견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경우다. 그 시절 안타깝게도 세상을 보지 못한 덕분에 억 년 후 반대로 세상이 그때 그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참 슬프고도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0년 우음도 공룡알 화석지에 대해 천연기념물 제 414호로 지정했다. 그 1억 년의 시간은 공룡이 지나간 거대한 자리만이 아니었다. 우음도는 삼국시대 토기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고, 수도권 인근에서는 드물게 전통 굿판인 우음도 당제가 아직까지도 전해 내려오면서 그 역사적 가치와 전통문화 유산이 고이 숨 쉬고 있는 섬이다. 지금이야 그 오랜 모습도 옛 형상도 다 잊혔지만, 썰물 때만 우뚝 솟아나오는 우음도 갯가 돌출바위를 나락부리당이니 각시당이니 칭호하며 갯벌로 먹고 사는 이들의 수호신이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물때를 못 맞춰 건너다 조류에 그만 휩쓸린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 시화호 남안은 갯벌을 간척한 거대한 황야가 아직 그대로 펼쳐져 있다. 분당신도시의 3배, 여의도의 10배에 달하는 수도권 최대면적의 신도시 부지 송산그린시티 사업이 계속 연기되면서, 이 인적 없는 광활한 벌판은 각지에서 색다른 풍광을 찾는 라이더와 사진을 즐기는 이들에겐 숨어드는 명소가 됐다.

 

 

부도공원에서 시작해 대송방조제, 형도, 송산면 갯벌, 화성공룡알화석지, 우음도 송산그린시티전망대, 어도, 마산수로, 대송습지, 그리고 다시 대부도공원으로 돌아오는 시화호 주변 습지 둘레길은, 겨울이면 수십 만 마리의 철새들이 날아드는 그야말로 장쾌한 라이딩 코스다. 큰고니, 큰기러기, 뿔논병아리 등 다양한 겨울철새들을 비롯, 국내 최다 저어새 도래지인 시화 습지는 최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우음도 화석지 습지공원 해발 100m 언덕 꼭대기에 솟은 송산그린시티전망대는 이 일대 기행의 과연 백미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대황야 사방의 삭막하면서도 광활하고 낯설면서도 황홀한 풍경을 가슴속에 담아본다.

 

우음도 동쪽 끝 선착장 바로 위를 달리는 고속도로는, 화려한 도시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고도 경제성장을 빌미로 이 땅의 가장 많은 개발 폐허를 일으킨 서해안 간척 사업은, 심각한 환경오염과 주민들의 숱한 사연들을 낳은 쓸쓸한 원인이기도 했다.  인공이 휩쓸고 지나간 그 자리를, 아득한 비밀의 시간과 위대한 자연의 섭리가 다시금 메꿨다.

 

시는  이곳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 우음도를 비롯해 어섬, 딱섬, 고렴, 제부도, 백미리 해안, 궁평항 해안, 입파도, 국화도 등 10개소를 2020년 국가지질 공원 인증을 목표로 두고 추진 중이다.

 

이 백야의 대초원에 또 다시 무슨 옷을 덧입히든, 더 이상 이제 부끄럽지만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